-
[ 목차 ]
“도예가의 하루” – 흙을 빚으며 찾은 힐링과 창작의 즐거움
물레 앞에 앉다 – 처음 만난 낯선 긴장감
주말을 맞아 ‘도예가 1일 체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은은한 흙 냄새와 따뜻한 조명이 저를 반겨주었는데, 그 순간부터 이미 일상과는 다른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내를 받으며 앞치마를 두르고 자리에 앉았는데, 눈앞에 놓인 물레와 흙 덩어리를 보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밀려왔습니다. “이게 과연 내 손에서 그릇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동시에 설렘이 교차했죠.
처음에는 강사님이 흙을 손에 적당히 적셔서 물레 위에 올리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알려주셨습니다. 물레가 돌기 시작하자 흙은 제 마음처럼 흔들렸습니다.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기울어지는 흙을 보면서, ‘도예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흙과 손이 만나는 순간 – 집중의 힘
본격적으로 그릇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섬세함을 요구했습니다. 조금만 손에 힘이 들어가도 모양이 망가지고, 물을 덜 묻히면 흙이 금방 거칠어지더군요. 강사님은 “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금 내 마음과 손길을 그대로 보여준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이 크게 와 닿았습니다.
처음 만든 작품은 사실 컵이라기보다 삐뚤빼뚤한 종 모양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하나뿐인 제 작품이었고,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물레를 돌리며 흙의 질감을 온전히 느끼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잡념은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단순히 흙을 만지고 있는 게 아니라, 오롯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느낌이었죠.
구워지는 시간 – 기다림의 미학
형태를 다 잡은 후에는 흙이 마르고 가마에 들어가기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기다림이 도예의 또 다른 매력이었습니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없는 대신, 시간이 지나야만 비로소 완성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설렘을 키웠습니다. 마치 씨앗을 심고 발아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과도 비슷했습니다.
며칠 뒤 완성된 작품을 찾으러 갔을 때, 제 손길이 남아 있는 컵과 작은 접시가 반짝이며 제 앞에 놓였습니다. 불 속에서 단단히 구워져 나온 도자기는 처음 손에 흙을 올리던 순간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을 주었습니다. 손끝에서 탄생한 물건이 생활 속에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도예가의 삶에서 배운 것 – 창작과 힐링
짧은 체험이었지만 도예가라는 직업이 가진 매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예가는 단순히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흙이라는 자연을 다루며 기다림과 집중, 그리고 창작의 기쁨을 매일 느끼는 사람이더군요. 흙이 손끝에서 변해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제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시간은 마음의 여유를 되찾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 ‘도예는 나에게 힐링이고, 동시에 창작의 즐거움이다’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