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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제빵사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빵집을 지나며 고소한 향기에 이끌려 들어가곤 합니다. 하지만 그 빵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이번에 저는 제빵사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직접 새벽부터 빵을 굽는 하루를 경험해 보았습니다.
체험은 새벽 4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에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은 조용했지만, 빵집 안은 이미 분주했습니다. 밀가루와 이스트, 버터 향이 섞여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고, 제빵사 선생님들은 빠르게 반죽을 나누고 계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 “아, 빵집의 하루는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시작되는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는 먼저 밀가루와 물, 이스트를 섞어 기본 반죽을 만드는 과정부터 체험했습니다. 커다란 믹싱기에 재료를 넣고 돌리자, 묵직한 반죽이 점점 탄력 있게 변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니 끈적이면서도 쫄깃한 질감이 느껴졌습니다. 이 순간, 단순히 ‘빵 하나’를 먹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죽과 발효 – 기다림의 미학
제빵의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는 바로 발효입니다. 반죽을 적절한 온도와 습도에서 쉬게 해주어야 맛있는 빵이 완성되죠. 저는 이 과정을 ‘빵이 숨 쉬는 시간’이라고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반죽이 그저 밀가루 덩어리 같았지만, 1차 발효를 거치고 나니 부풀어 오르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변했습니다. 손으로 눌러보면 푹 들어갔다가 천천히 다시 올라오는데, 신기하면서도 감동스러웠습니다.
발효를 기다리는 동안, 제빵사 선생님은 빵마다 발효 시간과 온도가 다르다는 걸 설명해 주셨습니다. 바게트, 크루아상, 단팥빵 등 종류에 따라 필요한 조건이 다르다고 하니, 빵 하나에도 수많은 과학과 경험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때 저는 제빵이 단순히 “요리”가 아니라, 오랜 시간의 연구와 정성이 모인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빵은, 마치 사람의 성장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빵 굽기 – 오븐 앞에서 느낀 짜릿한 순간
드디어 발효가 끝난 반죽을 모양 내고 오븐에 넣는 순간이 왔습니다. 크루아상은 여러 번 접고 밀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고, 단팥빵은 손으로 일일이 속을 넣어 둥글게 빚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손은 밀가루와 버터, 팥소로 범벅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 손때가 정성으로 느껴져 기분이 좋았습니다.
오븐 앞에서 기다리던 순간, 점점 빵이 부풀어 오르며 황금빛 색을 띠기 시작했습니다. 고소한 향이 가게 안에 퍼지자, 저절로 배가 고파졌습니다. 땀을 흘리며 만든 빵이 눈앞에서 구워지는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오븐에서 꺼낸 빵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따끈하고 부드러운 빵 속에서 은은한 버터 향과 달콤한 팥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내 손으로 만든 빵을 먹는 순간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제빵사의 땀과 열정, 그리고 책임감
체험이 끝나갈 무렵, 저는 제빵사라는 직업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아침마다 쉽게 사 먹는 빵은 사실 새벽부터 흘린 땀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이른 시간에 일어나 반죽을 하고, 발효를 확인하고, 오븐 앞에서 수십 번이나 빵을 꺼내야 하는 일상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제빵사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고객이 우리 빵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면, 그걸로 힘든 게 다 사라져요.”
이 말에서 제빵사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매일 아침 사람들의 하루를 따뜻하게 열어주는 존재라는 사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체험을 마치며 – 빵 속에 담긴 가치
이번 제빵사 체험은 단순히 ‘빵 만드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기다림의 가치, 손끝에서 피어나는 정성, 그리고 누군가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드는 기쁨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빵집에 들러 빵을 살 때마다, 저는 그 속에 담긴 새벽의 땀방울과 열정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순간의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노력과 따뜻함이 담긴 작은 작품으로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