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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어릴 적 동물원에 갔을 때, 우리 속 동물들을 보며 “저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품곤 했습니다. 이번에 참여한 동물원 사육사 1일 체험은 그런 오랜 궁금증을 직접 풀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아침 일찍 동물원에 도착하니, 이미 사육사분들은 분주히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관람객이 오기 전, 동물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사료를 준비하는 일이 가장 먼저라고 합니다.
저는 체험 프로그램 안내를 받고, 곧바로 사육사분을 따라 동물원의 뒤편 관리 구역으로 향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전시 공간 뒤에는 넓은 사육장과 동물 전용 주방, 치료실 등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진짜 동물원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1. 먹이 준비 – 작은 손길이 큰 건강을 지킨다
첫 번째로 맡은 일은 먹이 준비였습니다. 사육사분은 저에게 오늘 돌볼 동물들의 먹이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사과, 당근, 고구마 같은 채소와 과일, 곡물 사료, 그리고 일부 동물들을 위한 고기류까지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단순히 주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종류와 건강 상태에 맞게 먹이를 잘라 주고, 영양 균형을 고려해 배분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예를 들어, 기린은 길쭉한 당근을 통째로 주면 먹기 좋지만, 작은 원숭이들은 잘게 잘라줘야 한 입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또 호랑이와 같은 맹수는 고기를 단순히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운동 효과를 위해 높은 곳에 매달아 주기도 했습니다. 먹이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놀이와 훈련의 도구가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육사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물에게 먹이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건강과 행복을 지켜주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매일의 먹이가 쌓여서 동물의 삶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말을 들으며, 제가 준비한 작은 과일 조각 하나가 동물들에게는 하루를 밝히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동물과의 교감 – 가까이서 느낀 따뜻함과 긴장감
먹이를 들고 사육장에 들어서자, 동물들이 하나둘 다가왔습니다. 원숭이들은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기린은 긴 목을 숙여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느끼는 그들의 눈빛은 단순히 ‘동물원 속 전시물’이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명체라는 걸 절실히 깨닫게 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토끼와 염소에게 먹이를 주던 때였습니다. 토끼는 제 손에서 직접 당근을 받아 먹었고, 염소는 장난꾸러기처럼 제 옷을 살짝 물며 애정을 표현했습니다. 반면 맹수 구역은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안전 거리를 유지한 채 철망 너머로 고기를 건네야 했는데, 호랑이가 먹이를 낚아채는 순간의 위압감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동물들은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들과 교감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간과 동물이 서로 다른 존재이면서도 교감할 수 있는 따뜻한 연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3. 사육사의 진짜 일상 – 보이지 않는 노력들
체험을 하며 가장 놀랐던 건, 사육사의 일상에 단순한 낭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관람객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는 매일 청소, 배설물 처리, 건강 체크, 기록 작성 등 끝없는 업무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육장 청소를 직접 도와보니,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습니다. 흙과 배설물이 섞인 바닥을 치우고, 새 물을 갈아주고, 기구들을 소독하는 과정은 땀이 비 오듯 흐르는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육사분들은 묵묵히 이 일을 반복하며, 동물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동물의 상태를 매일 기록하고 관찰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먹이를 얼마나 먹었는지, 행동에 변화가 있는지, 혹시 아픈 기색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했습니다. 이 세심한 관찰이 동물들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4. 특별한 하루가 남긴 깨달음
체험을 마치고 동물원을 나오는 길, 저는 단순히 ‘귀여운 동물을 가까이서 본 하루’가 아니라, 생명과 책임을 깊이 느낀 하루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육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동물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를 책임지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은 작은 손길, 작은 기록, 매일의 반복된 노력 속에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 체험은, 동물원을 찾을 때마다 단순히 동물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육사들의 노고와 동물의 삶까지 함께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동물원을 방문할 때는 우리와 같은 지구를 살아가는 소중한 생명으로서 동물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